혁신형 창업 생태계를 이야기할 때 가장 자주 등장하는 사례는 미국의 실리콘밸리이다. 반도체와 컴퓨터, 전기자동차와 각종 소프트웨어를 탄생시킨 실리콘밸리에는 전기전자, 컴퓨터, 바이오 등 각종 첨단 산업 분야의 기업들이 밀집해 있으며, 새로운 벤처 기업들의 활발한 창업이 끊임없이 이어지면서 전세계 기술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수많은 나라와 도시들이 다양한 형태로 실리콘밸리를 벤치마킹 했지만 그 많은 시도들 중 제대로 된 성공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정치경제 환경뿐 아니라 사회문화적 배경과 산업구조적 특성 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이뤄지는 단순한 모방은 실패의 지름길일 수밖에 없다. 실리콘밸리의 성공 방정식을 들여다보면 세계에서 가장 크고 선도적인 내수 시장, 전세계에서 몰려드는 우수한 인재 등 우리가 도저히 벤치마킹 하기 힘든 조건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오늘날 그 어느 지역보다 정부 개입이 적은 것으로 알려진 실리콘밸리도 실상 그 역사를 되짚어 보면 상당한 수준의, 그러나 매우 효율적인 형태의 정책적 지원이 이뤄져 왔음을 발견할 수 있다.
따라서 실리콘밸리의 창업 방정식을 무작정 수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우리의 한계와 비교우위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도움이 될만한 성공 요인들은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나라의 강점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경쟁력 있는 벤처 생태계를 조성하는 최선의 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즉, IT, 자동차, 화학, 중공업 등 다양한 업종에서의 세계적인 산업 경쟁력, 아시아를 아우르는 글로벌 생산네트워크 등에 착안한 이종 산업간의 융합 활성화나 동아시아 벤처 네트워크 등이 우리의 비교우위를 잘 활용할 수 있는 벤처 기업의 육성 방향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각 기업의 비교우위, 즉 중소기업이나 벤처의 혁신 에너지, 대기업의 시장 창출 및 기술 역량 등을 바탕으로 긴밀한 공생 관계를 유지하도록 돕는 발상의 전환도 필요하다.
고용 창출, 성장률 제고 등 특정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창업 활성화 정책은 저부가가치 기업의 과잉 생산 유도 등 엉뚱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따라서 정책 지원의 목표를 한계기업의 ‘생존’을 위한 지원이 아닌 될성부른 나무를 키우는 ‘성장’을 위한 지원, 직접 지원보다는 창업 생태계 전반을 육성하는 간접 지원에 맞출 필요도 있다.
< 목 차 >
Ⅰ. 실리콘밸리와 한국의 창업 생태계
1. 시장 환경
2. 인적 자원
3. 자본 환경
4. 정책 환경
Ⅱ. 한국형 창업 생태계를 위한 시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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